날이 따뜻해지고 햇볕이 강해지면 가장 먼저 찾게 되는 제품이 바로 자외선 차단제입니다. 피부 노화의 80%가 자외선 때문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자외선은 피부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기미, 잡티, 주름은 물론이고 심하면 피부암까지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자외선 차단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자외선 차단제를 고를 때 어떤 성분이 들어있는지 꼼꼼히 따져보시는 분은 많지 않으실 겁니다. 특히 “화학 성분이 들어있다”는 이유로 불안해하시거나, 반대로 “무조건 SPF 수치만 높으면 좋다”는 기준으로 선택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과연 자외선 차단제 속 화학물질은 안전할까요? 그리고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는 것이 좋을까요?
자외선 차단제의 종류, 물리적 vs 화학적 차단제
자외선 차단제는 크게 물리적 차단제(무기자차)와 화학적 차단제(유기자차)로 나뉩니다. 물리적 차단제는 자외선을 피부 표면에서 반사시켜 차단하는 방식이고, 화학적 차단제는 자외선을 흡수하여 열 에너지로 바꾸어 소멸시키는 원리입니다.
대표적인 물리적 차단 성분으로는 징크옥사이드(Zinc Oxide)와 티타늄디옥사이드(Titanium Dioxide)가 있습니다. 이들은 피부에 자극이 적고, 유아용 자외선 차단제에도 많이 사용되는 안전한 성분으로 분류됩니다. 다만 백탁 현상이 생기기 쉬워 사용감이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반면, 화학적 차단제는 옥시벤존(Oxybenzone), 에이보벤존(Avobenzone), 옥티녹세이트(Octinoxate), 헥실렌글라이콜 등 다양한 유기 화합물이 혼합되어 있습니다. 이들은 바르기 편하고 흡수력이 좋아 피부에 가볍게 밀착되지만, 일부 성분은 피부 자극이나 알러지를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특히 최근에는 옥시벤존과 옥티녹세이트가 해양 생태계에 악영향을 준다는 연구가 발표되면서, 하와이나 팔라우 등 일부 지역에서는 해당 성분이 들어간 자외선 차단제의 판매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자신의 피부 타입과 사용 목적에 따라 적절한 성분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외선 차단제 속에서 주의해야 할 성분은?
모든 화학 성분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민감성 피부나 아토피 피부를 가진 분들, 장시간 야외 활동이 많은 분들, 임산부와 영유아는 자외선 차단제의 성분을 더욱 신중하게 확인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다음은 주의가 필요한 대표 성분들입니다:
- 옥시벤존(Oxybenzone): 가장 논란이 많은 성분 중 하나로, 호르몬 교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피부 흡수율이 높은 편입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환경 호르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고되었습니다.
- 옥티녹세이트(Octinoxate): 자외선 B를 흡수하는 성분으로 피부 자극 가능성이 있고, 해양 생태계에 악영향을 준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 에이보벤존(Avobenzone): UVA 차단에 효과적이지만, 불안정한 성질 때문에 다른 성분과 함께 쓰일 때 산화되어 피부에 자극을 줄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알코올 함량이 높은 제품, 합성향료가 들어간 제품은 피부 자극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피부가 민감한 분들이라면 피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대신 징크옥사이드나 티타늄디옥사이드 기반의 무기자차 제품을 선택하시면 안전성 측면에서 안심하실 수 있습니다.
자외선 차단제를 똑똑하게 선택하는 방법
- SPF와 PA 수치만 보지 마세요
SPF는 자외선 B 차단 효과, PA는 자외선 A 차단 효과를 나타냅니다. 하지만 수치가 높을수록 자극이 강할 수 있으므로, 일상용이라면 SPF30~50, PA++ 정도면 충분합니다. - 성분표를 확인하세요
자외선 차단제를 구매하실 때 성분표를 꼭 확인해 보시길 권장드립니다. ‘무기자차’, ‘논코메도제닉’, ‘피부과 테스트 완료’ 등의 문구가 있다면 참고해 보셔도 좋습니다. - 피부 타입에 맞는 제형을 고르세요
지성 피부는 젤 타입, 건성 피부는 크림이나 로션 타입을 선택하시면 사용감이 좋습니다. 민감성 피부라면 자극이 적은 저자극 테스트 완료 제품을 추천드립니다. - 환경까지 생각하는 선택
요즘은 리프 세이프(Reef Safe)라고 표기된 제품도 많아졌습니다. 해양 생태계 보호를 고려하신다면 옥시벤존, 옥티녹세이트가 없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도 좋은 선택입니다.
화학 성분도 올바르게 알면 든든한 선택이 됩니다
자외선 차단제는 피부 건강을 지키기 위한 필수템이지만, 성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선택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성분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자신의 피부 상태와 환경에 맞는 제품을 똑똑하게 고르는 것입니다.
모든 화학물질이 위험한 것은 아니며, 정해진 기준과 용도에 따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성분들이 많습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제품에 대해 제대로 알고, 필요한 정보에 근거해 현명한 소비를 한다면 자외선 차단제 선택도 훨씬 쉬워질 것입니다.